문구이야기

버니어캘리퍼스와 마이크로미터

lkjfdc 2025. 4. 12. 00:30

중학교 2학년 기술시간이었다.

시골중학교였지만 과학실과 기술실 그리고 크지는 않지만 음악연주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소강당  그리고 수많은 생물 표본, 장서수는 많지 않아도 그 또래 청소년이 빌려보기엔 풍족한 도서실(도서관이 아님)이 있었다.

여러가지 문구와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매점, 뒷산엔 다양한 꽃과 나무가 있었고 무궁화 동산도 있었는데 그 만큼  선생님들과 선배들이 가꾼 것인데 고생이 많았다는  증거다.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도시의 학교보다 많았다.

각종 발표회 부터 교내대회가 많았다.

다만 아쉬운 건 극장단체관람이 없어서 영화필름을 갖고 학교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돈을 주면 개봉관의 영화는 아니지만 동시상영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농번기 농촌일손 돕기 또한 많아서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고 도시의 학교라면 부모들의 항의가 엄청 났을 것이다.

이곳에서 2학년 여름까지 다니고 전학을 가면서 과학실이나 도서실은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

도시의 학교에도 과학실이나 도서실은 있었지만 출입할 기회가 없었고 고등학교는 더 심했던 것 같다.

아무튼 중학교 2학년 1학기 기술시간 1학년 땐 책꽂이 만들기를 했고 2학년 땐 버니어캘리퍼스와 마이크로미터 측정하는 것을 평가 한다고 했고 그냥 그림으로 문제를 낸 것이 아니고 직접 나누어 준 이후 보름 이상을 살피게 하고 호명하여 측정값을 읽게 했는데 못하면 벌을 받았고 옆에서 알려주다가 걸려 더 혼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졸업을 하면 인근 읍내의 공고로 진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도시로 가도 공고나 농고의 비율을 높았는데 T자나 삼각자를 갖고 다니는 선배들이 부럽기도 했으나 전공책을 보면서  인문계 교과서가 더 쉽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 두가지 측정도구를 읽는 것이 왜 중요한 건지 알게 된 건 공고나 농고보다 (가보지 않아 체감을 못함) 군대에 가서 알게 되었고 왜 이공계 출신을 많은 병과에서 선호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특히 정밀한 방향포경이나 각도를 측정하는 방향틀 그리고 나침의 그리고 폭발시간을 조정하는 신관의 시간장입 그리고 조명탄 시한신관의  시간장입등 다양한 기능에 쓰인다는 것을 알았고 자칫 실수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측정을 할 때는 두명이 동시에 읽게 하여 오류를 잡아 내기도 했었다.

지금은 디지털식으로 나오는 것들도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유효하고 슬라이드식 측정도구에선 많이 응용을 하는 것 같다.

국산제품은 없었던 것 같고 지금도 일제나 미제 아니면 중국에서 만든 것들이 있긴 한데 상표마다 가격의 차이가 큰데 80년대 초 이러한 측정도구를 시골학교에서 다양하게 갖추고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킨 건 특별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하나 하나 나누어 주고 연습을 해보라던 선생님의 말씀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당시 이러한 측정도구를 읽는 문제가 왜 많은지 시간이 흘러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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