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침엔 서울 대학로에 일이 있어 다녀왔다.
대학로는 원래 서울대학교가 있던 자리이며 지금도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치의과 대학이 있고 동편은 한국방송통신대와 마로니에 공원 그리고 각종 소극장이 있고 북쪽으론 카톨릭 대학 그리고 서쪽엔 창경궁이 있다.
그리고 아래편엔 홍익대학교의 디자인 관련 시설이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젊은이들이나 연극관람객 또는 시위참가자 그리고 콘서트 관람 혹은 맛집을 다녀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노인이 되거나 아픈 경우 작은 병원이나 종합병원 혹은 지방에서 실날같은 희망을 갖고 오는 곳이 서울대병원으로 대학로 길을 사이에 두고 느끼는 감정은 극과 극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젊음의 축제가 열리고 공연이 올려지며 누군가는 잘못되어 가는 정치에 분노하거나 지지를 표하며 시위나 집회에 참석하고 격동하는 이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쪽은 어쩌다 한번 왔다가 큰병원이라고 와서 십여분 진찰을 받고 병실을 찾아 날짜를 기다리며 그것이 여의치 않아 응급실에 환자를 입원시키고 가족들은 교대로 환자를 돌보는 그 곳이 대학로를 경계로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젊었을 땐 할인권 내고 연극표 사고 조금 여유가 되면 특이한 음식을 맛본다며 식당가를 찾고 어린 시절 들렸던 창경궁이 먼곳에 있는 줄만 알고 대학로 동편만 왔다 갔다 하고 가끔 길거리 공연을 보며 활력을 찾았지만 그런 기억이 사라질 즈음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오던 곳이 그것도 몇 달전 예약하여 어떻게 될 지 몰라 짐을 바리바리 싸와 기다리던 그 공간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대학로의 열기와 문화적 가치 즐거움은 지워져 버리는 것 같았다.
안그래도 높은 건물병원 사이로 응달이 지면 춥게 느껴지고 구급차나 택시가 문을 통과하면 그 기분이 더 싸늘했었다.
어찌보면 우리 인생의 축소과정이 이곳에 있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격동기와 현재도 이곳에 있다.
초등학교는 없지만 어린이 병원이 있고 각종 학교가 있고 평생교육 기관인 방통대가 있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극장이 있고 희안한 음식점 카페가 있다.
그러나 크게 아프거나 그리고 세상과 이별할 때 오는 대학병원이 공존하는 걸 보면서 서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공간을 보는 것 같다.
가급적이면 즐기러 공부하러 오는 곳이 좋겠고 병원엔 특별한 경우에만 가는 곳이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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