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쯤이었다.
지금이야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죽테니스화지만 당시엔 캔버스천의 윈불던이라는 테니스화가 일반적이었고 특수한 비닐로 만든 축구화가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었다.
당시에도 다양한 운동화가 외국으로 팔려 나갔지만 주문자 생산방식이었던 것 같고 이들 중 물건에 문제가 있으면 길거리 좌판에서 팔기도 해 싼가격으로 사서 신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검은색운동화를 신었었다.
외국에서 좋은 옷과 신발을 샀는데 자세히 보니 국산이었다. 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반의 한녀석이 하얀가죽의 테니스화를 신고 왔는데 연예인들이나 프로운동선수가 신던 바로 그 신발 나이키였다.
물론 유사한 마크의 페가수스라는 비닐재질의 운동화가 유행했으나 이 마져도 비싼가격이라 아무나 신을 수 없었다.
나이키운동화를 신고온 녀석은 잘사는 집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체육특기생(당시엔 체육특기생도 비싸서 신기어려웠다.)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 비싼 운동화를 구했을까? 당시 지방 중소도시엔 대리점이 생기기 전 대도시에서나 살 수 있던 귀한 물건이었다.
간혹 남의 것을 빼앗아 신는 놈들이 있긴했다.
신발 뿐이 아니었다. 일제 펜텔샤프 ,미제파커만년필, 독일제슈퍼로텍스만년필, 일제세이코시계같은 물건은 쉽게 잊어버리거나 갈취하는 놈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쁜놈들이고 돌려받으려면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전교생 중에 한명 있을까 말까한 나이키 운동화를 빼앗거나 훔쳐봤자 다들 알 수 있었고 집에서 혼자 신다 형이나 어른들에게 걸려 혼날 수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빨간색로고의 나이키운동화는 검은색교복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눈에 들어왔고 전용신발주머니도 가지고 있었다.
그 녀석(성씨가 전씨였음)이 신발을 신게 된 건 국가대표 육상선수였던 누나 덕분이었다. 아마도 지급된 운동화 중 육상전용화가 아닌 테니스화를 준 것이 아니었을까 판단했고 단거리 선수였던 그녀를 TV에서 본적은 있지만 난 그 녀석의 나이키운동화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자 내가 살던 시내에 나이키 대리점이 생겼고 진열된 신발은 세월이 지난 지금 봐도 품질이 좋았고 다양한 운동화가 있었는데 당시 중소 도시지만 서울과의 교통이 좋아서였는지 극장도 대형개봉관이 세곳이 가까운 거리에 붙어 있었고 작은 시가지에 OB베어스 전용야구용품 상점(물건의 품질이 지금 사각에 봐도 좋았음)도 있었고 연예인 사진과 시화집을 코팅해 파는 '코팅사'도 있었다.
특히 나이키 대리점에 진열된 운동화는 실제 파는건지 본사에서 진열해준 영업전략에 따른 것인지는 모르나 선수들이나 신을 것 같은 전용화로 특히 눈에 들어 온 것이 긴목과 얇은 바닦의 '권투화', 금속부착물이 만화에 나오는 독고탁이나 신었던 신발처럼 진짜 있던 '야구화' 구옥희 프로가 신었을 것 같은 운동화 답지 않던 '골프화'는 농구화와 테니스화만 알던 나에겐 박물관 같은 곳이라 나는 한시간 가량을 서서 신기한 듯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그후 프로스펙스 라는 상표를 가진 운동화가 국산이라는 의미를 더하며 대중에게 다가 왔다. 스펙스의 로고에 선을 하나 더 추가해 마치 몽키스패너를 연상하는 이 마크는 당시 국제상사라는 기업에서 야심찬 계획으로 추진한 사업의 결과물이었으며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는 운동화를 만들었다는 신문의 광고는 신선했었다.
물론 나이키라는 운동화의 상표는 외국에서 왔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신발기술은 세계최고였고 수출전략상품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용인시내를 지나는데 예전의 운동화 대리점과 비슷한 느낌이 있어 (당시 시가지의 도로폭과 시가지 크기가 지금 용인 처인구 시가지 크기와 도로폭이 비슷) 자세히 보았더니 거기엔 당시 운동화가 세월을 넘어 찾아온 것 같은 착각에 삐질 수 있었다.
자세히 보면 작은 차이가 있지만 당시 많이 찾던 가죽테니스화와 런닝화가 전시되어 눈에 와 닿았다.
세월이 흘렀지만 진화한 것 보다 본래 시작할 때 그 모습이 더 애착이 가고 더 멋있어 보일 때가 있는데 바로 80년대 초반의 운동화들이 그렇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리고 당시의 신발기술은 세계최고가 아니었나 판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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