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있을 때였다.
당시 작은 부대로 오던 부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냉장상태가 아닌 실온상태로 있다보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부식전용 운반 탑차가 사단이나 연대에서 대대급까지는 운행 했으나 말단부대는 일반트럭으로 운반하는 곳도 있었고 도보로 지고 운반을 했다.
어떨 땐 시간에 쫒기다 보니 취사장이나 식당앞에 휙 던져지고 갈 때도 있었다.(간혹 다른 부대와 바뀌어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대대 부식분배소에서 차로 얼마 안걸리던 우리부대는 신선한 상태에서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두부같은 것은 여름에 상할 수 있어 표면이 튀겨서 나오고(생양이라 했다) 주의를 했었다.
큰 부대와 달리 좋았던 건 다단식 취사기로 대량조리하는 것이 아니고 석유버너로 밥을 하고 소량으로 곤로를 이용해 조리를 했는데 보직이 취사병이 아니더라도 신병 때부터 밥을 하다보면 실력?이 늘었고 그때 그때 대처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것 때문에 휴일이나 주말 야간은 밥 해먹는게 부담이었다.)
간부가 몇 없어 일일이 감독하기 어렵고 메뉴대로 조리하기 어려웠다.
기름이 부족하여 튀김요리는 적을 수 있고 국인지 찌개인지 구분이 안될 때도 있고 맛을 본다고 닭다리를 하나 먹으면 양이 확 줄 수 있었다.
아무튼 어느날 잡채가 메뉴로 정해져 있어 이것을 조리하여 사이 좋게 솥에 한꺼번에 넣고 밥과 함께 같이 비벼 몇 안되는 부대원들이 먹었다.
밤에 상당수 인원은 근무지에서 근무를 하고 몇몇은 잠을 자는데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는 병력들이 두세명 나왔고 위에서 알면 부대가 발칵 뒤집힐 것 같았고 간부들 몰래 방위병들이 입던 사복으로 옷을 입혀 택시를 잡아 재빨리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달렸다.
다행히 수액을 맞고 응급처치를 한 사람들은 좋아졌지만 늦게 발병한 나머지는 고통을 동반한 상태에서 견딜 수 밖에 없었다.(당시 식중독이란 걸 알았고 2/3가 발병을 했던 것 같다. )
비치된 비상약으로 버티고 윗사람들이 눈치챌까? 환자가 된 사람들은 몰래 창고와 숲속의 진지에 숨어 지냈던 적이 있었다.
그 고통이 일반 복통과는 다르다는 걸 알면서 그 위험을 체감했었다.
식중독이 보고되면 관련된 사람들이 조사를 받고 위에서 오라가라 징계에 책임에 여러 부대가 쑥대밭이 된다는 걸 알았기에 모두 쉬쉬하고 견디긴 했는데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었다.
최근 한 유치원에서 식중독이 집단 발병했다. 집단급식을 하는 곳은 주의를 기울여 음식물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했던 것 같다.
법에서 정한 관리자(영양사)가 없었다고 하며 유아들이라 그 피해가 더 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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