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누군가 버리고 간 전역기념액자

lkjfdc 2019. 12. 17. 10:16



 

 

 
골목길에 누군가 버린 전역기념액자가 방치되어있다.
 
한 30여년 된 것 같은데 아마 집에 걸려 있다가 공간을 차지하고 자식들이 군대갔다가 올 나이가 되니 버린 것 같다.
 
아니면 이사 가면서 짐이라고 생각하며 버렸을 수도 있다.
 
30여년전 군대복무개월이 30개월 정도 였을 때 한달 봉급이 7000~10000원, 현역병에서 뽑혀 계급을 단 일반하사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의무경찰정도의 봉급을 주었던 것 같다. 약 6~70000원 정도...
 
이 돈을 받으면 내무반비를 거둬 청소용구나 부대 비품을 사고 제대하는 선임들에게 기념패나 액자를 사준다고 돈을 내고 또 갑자기 누군가 돌아가시거나 간부들 결혼하거나 하면 돈을 냈었다.
 
몰인정 할 것 같지만 십시일반으로 돈을 만들어 낼 것 내고 만약에 부족하면 동네 가게 주인에게 급전을 빌리기도 했다.
 
나머지는 월급 때나 휴가 다녀온 병력들의 돈을 융통하여 해결했었다.
 
특히 가슴 아팠던 것이 부대원의 양친이 돌아가시거나 병환중인 경우 휴가를 보낼 때였는데 꼬깃꼬깃 해진 지폐를 내놓는 경우였고 갑자기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외부에 알리면 문제가 되어 민간인 병원에 가야 하는 데 당장 병원비가 없어 비상금을 털어 건네주던 경우...
 
의료보험이 안되는 현역병을 자신의 동네병원에 데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진찰을 받게 해줬던 방위병도 있었다.
 
지났으니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당시에 뭔가 일이 생기면 돈 만원이 절실 했었다.
 
그래도 분실사고 한 번 없었고 누군가 제대하고 나간다고 하면 돈 거둬 회식도 해주고 회포를 풀었었다.
 
사진에 나오는 형태의 액자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으나 병력들이 많이 밀집된 곳이긴 했으나 병촌이 특별하게 발달되지 않은 곳에 있다 보니 그러했고 더 큰 이유는 당시 돈을 거두워 전역기념물을 만드는 것이 금지되고 더 큰 이유는 부대에 사고가 나 기념물을 받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몸 몸하나 빠져 나오는 것이 미안할 정도 였고 2년 가량 받아서 모은 수당을 통장에서 찾아 부대에 필요한 조명등을 사주고 나왔고 그 후에 동기나 후임들도 그랬던 것 같다.
 
 
당시 사진이 귀할 때(사회에선 흔해졌으나 군대에선 함부로 찍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사진기를 개인이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였는데 행사나 보고서 작성시 사진을 찍어 보고하라라고 해서 인사계가 수동카메라를 가져와 사진을 찍어주었으나 전출을 가는 바람에 중단되었고 마산으로 휴가를 다녀오던 나의 부사수 이병장(후임 부사수가 세명이나 있었고 그 중 최선임이 었고 나완 6개월 밖에 안났으나 깍듯했던 사람이었다.) 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강매 비슷하게 당하듯이 용돈 받아 사온 반자동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줘서 그나마 그 시절의 기록을 남겼던 것 같다.
 
 
당시 제대를 기념하는 기념액자는 없었지만 인사계님과 이병장이 찍어준 사진 그리고 부대원들이 만들어준 추억록에 만족하며 무사히 제대한 것 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