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택배 받아주는 댓가

lkjfdc 2025. 2. 6. 20:51

택배를 일터에서 받을 때는 아내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어쩌다 택배물이 집으로 한꺼번에 도착하여 아내에게 딱 걸려 혼이 났다.

주로 책인데 안 그래도 집에 쌓아 논 것도 시골의 아파트로 옮겨 놓았는데 계속 사니 참다가 폭발을 한 것이다.

얼마전에는  가져 들어오지 못하고 차 트렁크에 숨겼다가 처가에 갈 때 혼나고 결국 될 때로 되라는 식으로 귀를 막았다.

택배 아저씨들과의 접선도 과거엔 통했는데 명절이다 연휴다 해서 예상치 못한 시간에 도착을 하니 동네 슈퍼에 맡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최근엔 그냥 체념을 해버렸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는 법 집안에 나의 숨은 조력자가 있었으니 방학을 한 작은 녀석이 훌륭한 중개인으로 요즘 자리를 잡았다.

졸업을 하면서 친인척으로 부터 용돈도 두둑히 챙기고 친구들과 PC방에서 편의점에서 놀던 녀석이 갑자기 집에서 뒹구는 시간이 많아졌고 택배가 올 시간이면 아들녀석에게 전화를 하여 우리만의 장소에 숨기게 했다.

훌륭한 보좌관?인  작은 녀석은 임무를 잘 수행했고 어제는 아내가 오기전  마무리 작업까지 흔적도 없이 하여 나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런데 아빠!  돈 좀 있으면 5000원만 주면 안되나?"

"뭔 5000원?   돈 나보다 니가 많찮아!..."


지갑을 여니 얼마전 아내가 준 5만원짜리 3장과 파란 배춧닢 3장이 있고 천원짜리는 1장도 없고 은행 번호표와 고속도로 영수증만 들어 있었다.

" 야! 내일 줄께... 5000원은  없다."

" 아빠 괜찮아! 내가 5000원 거슬러 줄께! "

아들녀석의 주머니를 보니 나보다 만원짜리가 많았고  무언가 사려는지 모아두고 있는 것 같았다.

만원을 받으며  5000원을 아낌 없이 주는 것 처럼 나에 건냈다.


햐 세상에 공짜가 없긴 하지만 잔돈까지 주며 챙기는 녀석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오늘 오기로 한 택배는 언제 오는겨? 이거 들키면 또 시끄러울 텐데...


택배가 오면 반가워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불안하다.


아무튼 내가 없을 때 집에서 조용히 임무에 충실한 ? 아들에게 고맙고 돈 생기면 통닭이나 한마리 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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