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오래된 추억록

lkjfdc 2022. 12. 13. 17:46

직업군인들이나 단기근무를 하는 장교들 또는 부사관의 경우  전역(예비역으로 바뀌는 것), 퇴역(정년을 가득 채우거나 예비역으로 전환이 없이 마무리 되는 것), 또는 소속이 바뀌어 부대생활을 마무리 할 때 돈을 거두어 기념패를 만들어 준다.





일종의  상호부조라고 보면 되고 급여에서 미리 공제하여 떠나는 이를 보낼 때 만들어 준다.

말단부대에서는 병력이 적어 못할 수 있기에 계급별 출신별 모임에서도 돈을 거두어 만들어 준다.

특히 장군으로 떠나는 경우나 다른 부대로 진급하여 가는 경우에 순금이나 백금으로 만든 계급장을 선물하기도 하고 지역의 인사나 동창회에서 축하한다고 돈을 모아 계급장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장식용 칼도 만들어 준다.

그러나 현역복무를 하는 병력들이나 지역에서 방위병으로 복무한 이들은 기념패나 기념물 만드는 과정에서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기에 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유행이 되고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비공식적으로 부대밖 마크사나 기념품점에 돈을 주고 전역패나 기념액자등을 주문하여 제대하는 날 찾아가는데 보통 돈을 낸 이들의 명단이 전액패에 계급순으로 나열되고 지휘관이나 지휘자 부대 간부의  이름을 넣었다면 그나마 사이가 좋은 것이고 전액패에서 빠졌다면 갈등관계에 있거나 부대 분위기가 안좋은 곳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주문할 때 명단을 조정하고 어떤 경우엔 전역패의 내용을 과장하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제대하는 날 해방을 맛보면서 술집에서 술먹고 깨 버리거나 아니면 버리고 오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때문에 많은 전역병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 문구점이나 마크사에서 구입하여 정리하는 '추억록'으로 일종의 앨범 겸 바인더북으로 당시 10000원 내외를 주고 사서 부대로 반입한다.


부대장이나 지휘관이 세심한 경우  목공병이나 솜씨 좋은 병력을 시켜 기념물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어떤 곳은 열쇠고리나 기념메달을 제작하여 준다.

그러나 추억록이 보편적인 제대병의 상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행정반이 있고 책상이 있는 부대는 근무시간을 틈틈이  솜씨 좋은 후임자에게 맡기기도 하고 부대원들에게 한장씩 주고 쓰고 싶은말 쓰라고 하는데 보통 자신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제대한 후 한번 만나자고 하지만 대부분은 만나지 못한다.

군대라는 곳이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진기라는 것이 지금의 휴대폰 처럼 흔한 것도 아니고 또한 사진중에 근무지 철조망이 나온다거나 중요한 장비가 나온다거나 할 수 없고 혹시 보관하다 걸리면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자신의 군생활과 관련없는 오래된  국방화보나 육군화보의 사진을 오래 장식을 하고 썬데이 서울이나 주간경향 같은 잡지에서 적당히 오려낸 여배우의 사진을 붙여서 야시시한 내용을 추가하고 또는  돌고 도는 오래된 추억록의 양식을 똑같이 그려 만들어 제대하는 전날 모아 나가는 이에게 주었다.

그나마 대부분은 좋은 내용을 적어서 만들어 졌고  못된 선임들의 경우는 '잘먹고 잘 살아라!'란 식의 내용이 진짜 악질로 군생활을 보낸 경우엔  만들어 주지 말라고 실세의 지시가 떨어지고   본인도 미안하기에 아무 기대를 하지 않지만 그나마 나갈 땐 뭔가 섭섭하여 간단하게 회식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이러한 문화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군대에서의 기억과 인연을 정리한 흔적은 그때 그때의 분위기와 상황을 엿볼 수 있고 돈을 모아 만들어 준 기념패 못지 않게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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