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관물의 '위치이동'

lkjfdc 2022. 2. 27. 21:49


지금도 그런지 모르지만 과거 우리군대는 지급된 보급품을 관물이라 하여 잃어버리는 경우 점호를 취하기전 아무도 모르게 소속이 다른 이들이나 아니면 옆 부대에 침투하여 훔쳐왔다.

이것을 순화시켜 '위치이동' 이라 했고 자신의 것이 낡거나 오래된 것이라면 후임의 것과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바꾸는데 이 표현을 순화하여 '물물교환'이라 말했다.

해병대에서는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을 '긴빠이'라고 해서 일본말을 썼는데 육군보다 더 다양한 피복과 개인장구가 있다보니 그 정도가 심했다고 한다.

군수품의 경우 동일한 품질의 규격이 일정한 경우가 많고 민간인들의 것을 함부로 사서 쓸 수 없었다.

특히 현역병으로 입대한 사람들은 몸만 자신의 것이고 속옷부터 안경 심지어는 면도날까지 다 지급이 되다보니 살 게 없지만 잃어버리면 본인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부대가 시끄러웠고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때문에 야외에서 훈련할 땐 민간인이나 거동수상자의 접근도 금지 하지만 옆부대나 소속이 전혀 다른 부대의 침투를 막기 위해 근무를 철저히 섰고 특히 훈련나온 미군들 보급품을 훔쳐쓰는 일이 빈번하여 우리군 지휘관들이나 장군들이 망신을 당하기도 했었다.

미군은 보급품이 좋기도 했지만 풍족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그까짓것 나눠쓰는게 어떠냐? 는 불감증도 있었고 미군의 PX 물건이 유출되어 우리나라 지하경제를 왜곡시키기도 했었다.

야외훈련을 가서 농가의 농산물을 절도하고 어촌의 양식장이나 그물을 손대어 수산물을 절도하여 군대의 이미지가 나빠지기도 했었다.

80년대 이후엔 많이 좋아졌지만 획일적인 보급품의 지급은 일선의 병력들을 힘들게 했는데 특히 사시사철 거의 착용하는 방상외피(야전상의, 해병대에서는 실잠바(필드점퍼)라고 표현)는 한벌을 받아 3년 가까이 입다보니 소매가 닮고 목주변이 낡아 입기에 부끄러울 정도 였다.

때문에 여름에 제대하는 병력들은 자신이 입던 것을 주고 가고 본인은 예비군용이나 중고품을 사서 입었고 이것을 집에 보관하거나 버리면 농사짓는 분들이나 건설현장의 기능공들이 입었고 요즘엔 외국에서 작업복으로 입는다.

과거 전방입소 들어가는 대학생들의 A급 장비를 바꾸지 못하게 신신당부를 했고 기타 탄띠나 수통은 상태가 안좋아 동원예비군 것을 바꿔치기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군복무일수도 줄고 나름 융통성이 생겼는지 지금은 덜한 것 같고 군보급품이나 장구의 품질이 좋아져 미군의 것을 사용하지 않았고 90년대 초 국산 K1방독면의 경우는 그 우수성을 증명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방상외피가 낡아서 예비군이 되어 중고품을 사 입었던 경험이 있다.

남의 것을 손대고 특히 민간인의 것을 도둑질하는 군대는 민간인들에겐 원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으며 전쟁에서도 패배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형편도 좋아지고 군수품의 지급도 나름 합리적인 체제로 이루워 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군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육군의 뿌리  (0) 2022.03.0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0) 2022.02.28
야간작전에서 조명  (0) 2022.02.22
전방과 후방의 차이  (0) 2022.02.20
국산화포의 우수성  (0)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