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취사장 근무의 기억

lkjfdc 2021. 1. 15. 08:14



소한 부터 대한까지가 가장 추운 기간이고 이 기간이 지나면 추위가 조금 가신다.

어쩌면 봄 부터 가을까지는 겨울을 잘 넘기기 위해 대비하는 기간이라 생각한다.

마치 인생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유년기 부터 장년기까지 노년을 잘 보내기 위해 이기고 버티는 게 아닐까? 진짜 좋아야 할 때는 말년이라고...

추운 계절이면 군대 있을 때 근무를 마치고 새벽에 취사장에 내려가 아침을 준비하던 기억이 있다.

신병 때는 밥을 옆에 있던 소총중대의 취사장에서 얻어 먹었었다.

간간히 라면을 석유곤로에 끓여 선임들을 대접하고 여름에 예비군 동원훈련을 마치면 예비군 선배들이 주고 간 돈으로 돼지를 사서 한마리 잡아 회식을 하고 남은 건 별도의 냉장고에 보관하여 가끔씩 부대원들이 모여 별식으로 먹었다.

그러다 소총중대가 해안에서 철수를 하고 넓은 연병장과 건물 탄약고( 원래 탄약고는 대부분 우리부대 것) 를 이어 받았다.

문제는 취사장과 식당을 받았는데 전문 취사병이 없었다.

당시 난 상급부대에 가서 행정업무를 보다 내려왔다.

낮에는 출근하는 방위병이 점심과 저녁을 해놓고 갔으나 아침은 직접 해먹었다.

식수인원( 군대에서 밥먹는 이들을 이렇게 불렀다.) 이 대략 20명 정도 이들의 밥을 일반병이 하는게 쉽지 많은 않았다.

그것도 밤에 근무를 오래서고 내륙의 부대는 밤근무가 길어야 2시간인데 우린 보통 6시간 정도 잠을 자지 않고 근무를 섰다. 물론 낮에 잠깐 취침을 하긴 하지만...

오래된 구막사라 문틈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고 일반 연탄 보다 큰 연탄을 상황실에서 때고 내무반에는 기름난로를 땠다.

그나마 당시 격오지에서 쓰던 빼찌카를 사용하지 않는게 천만 다행이었다.

6시 기상전 5시에 내려가 평상시엔 햄버거 빵을 찌고 스프를 끓였는데 선임들은 라면을 따로 끓여 줬다.

이 일을 동기였던 권일병 혼자서 2개월을 내가 파견 나간 사이 혼자 다했다.( 나중에 칼질을 하는데 중국집 주방장 못지 않았다.)

그러다 12월이 되어 복귀를 한 후 둘이 새벽에 내려가 취사장을 벌려 놓고 햄버거 빵을 찌고 스프를 끓였다.

문제는 이 스프가 밀가루의 비율이 높아 잘 탔고 우유도 좀 넣고 고기도 약간 첨가하여 맛을 살려 먹었다.

위에서는 개선식이라고 시범적으로 하라고 감자튀김을 만들라며 생감자를 주었지만 새벽에 감자튀김을 튀기는 건 쉽지 않았다. 그냥 삶거나 국끓이는데 넣었고 쏘세지(이게 밀가루의 비중이 높지만 튀기면 먹을 만 했다.) 만 빵사이에 딸기쨈을 발라 먹었다.

그후 햄버거 전용 패티가 나오지만 짝이 맞지 않아 쏘세지를 주로 넣어 먹었다.

매일매일 아침에 먹던 빵은 진력이 날 때도 있었지만 잠을 자는게 소원이었고 어쩌다 나오는 소고기국이나 돼지고기국 명절날 나오는 떡국을 끓일때가 그나마 아침을 먹는 것 같았다.

전문취사병은 아니었지만 군지단에서 내려온 메뉴얼과 취사병교범을 보며 칼을 잡고 버너를 켜서 아침을 했었다.

원래 보직은 전투병인데 때에 따라서는 행정병도 하고 통신병도 했었다.

권일병의 업무를 물려준 부사수가 3명 나도 나의 업무를 물려준 부사수가 3명 ... 크게는 2개의 보직을 나눠서 3개의 보직을 물려줬는데 취사병은 거기에 없었고 부대의 일병이나 상병때 처음 했는데 우리가 처음 그것을 했었다.

그리고 휴일날엔 취사장에서 동기인 권일병과 계속 남아서 밥을 하거나 청소를 했었다.

선임들 모여 있는 내무반에 있는 것 보다 좋았고 시끄럽게 노래를 하며 계란후라이도 만들어 먹고...

그러다 보니 신병들이 하나 둘 오고 그 자리를 물려줄 즈음 상병을 달았다.

그 이후에도 취사장에 가서 밥을 하고 별식을 만들면서 즐겼다.

그렇게 겨울은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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