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이 있어 신촌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대학이 가장 많이 몰려있고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이곳도 건물들 빈곳이 생긴다.
경기가 불황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비싼 임대료를 감당 못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집과 새로운 건물들이 함께 존재하고 세월의 흐름과 말끔함이 잘 조화되어야 하는데 최근의 개발은 싹 밀어내고 다시 만들고 오래된 것은 구닥다리가 되고 흉물로 변한다.
사람들도 찾지 않고 밤이면 더 어둡고 가기 싫어진다.
젊어지는 것도 좋고 새로운 것도 좋지만 생업을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감당하고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떠날 수 밖에 없다.
신촌로타리에서 홍대 쪽으로 가는길 '공씨책방'이 있다.
이 책방은 겉으로 보면 그냥 보통 서점 같지만 서울도심개발 과정에서 살아남은 영세사업체이다.
원래는 동대문구의 대학가 그리고 청계천 도심인 광화문까지 이동하고 당시 헌책방이지만 작은 신문도 만들고 각종행사도 하며 운영을 하는데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유지되는 듯 했으나 창업자인 '공진석'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며 사업체는 위축되고 신촌에서 자리를 잡고 영업을 했었다.
신촌 큰 길가 눈에 잘보이는 곳에 있었으나 임대료의 상승으로 버티지 못하면서 지하로 장소를 옮겼고 또 하나는 성수동에 차려진다.
일단 지하로 옮겨진 건 다행이긴 하지만 무거운 책을 옮기고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손님들 또한 접근하는 것이 지상보다는 불편하고 더 안 좋은 건 습기에 약한 책과 자료를 사시사철 보관하는 데 문제가 된다.
아무튼 서울시도 이 업체를 지켜 주고자 노력을 했고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쳐 유지하고 있다.
50년 가까이 서울 뿐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를 알 수 있고 그 기반에 있던 서점이 살아남아 단순한 헌책을 파는 곳이 아닌 삶의 터전이며 후세에 물려줄 자료의 창고이기에 오래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말끔하고 새롭고 딱딱 정리된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고 옛것의 흔적이 있어야 미래가 보이고 발전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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