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이었다. 두분의 어른들이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내려 물어 물어 학원엘 왔다.
세련되게 화장을 한 분과 두꺼운 외투를 입은 분이 함께 왔는데 보름전 부터 전화가 있었다.
전화를 한 사람은 50대 후반 여성이었고 서울이 발신지였다.
"학원이죠?"
"내 ... "
"혹시 한글을 가르쳐 줍니까? 그리고 한글반은 수강료가 어떻게 됩니까?"
"내 어머니... 한글반은 현재 없습니다. 그렇지만 요청하시면 수업을 하니 방문하시구요. 일주일에 세번 오후에 나오시면 되고 한달 수강료는 15만원 정도 합니다."
"오 그래요? 조금 비싸다고 할 것 같은데 제가 낼 테니...
위치좀 가르쳐 주세요."
나는 위치를 가르쳐 주고 통화를 계속했다.
사연은 이러했다.
전화를 한 사람은 시누이 였고 공부를 할 사람은 올케 즉 오빠의 부인이었다.
공부를 할 분은 배움의 기회를 놓쳤지만 운전면허도 두번만에 합격하고(필기는 한번에 합격) 눈으로는 한글을 읽을 수 있으나 자신감의 부족으로 쓰기가 안 되기에 학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60이 넘는 이 분은 다른 것 보다도 손자 손녀와 문자를 주고 받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것이 잘 안되서 망설였고 서울에 사는 시누이는 그런 올케언니의 사정을 알지만 가지 않을까봐 용인의 시골 친정에 사는 언니를 터미널에서 만나 학원에 등록을 하여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일단 시간을 정하고 내가 오후 틈틈히 지도를 하기로 했고 날짜를 잡아 나오게 했다.
시누이와 올케는 돈을 자기가 낸다고 서로 밀고 땡겼지만 그 모습이 너무도 좋아 보였다.
수업시간을 잡고 두 사람은 학원을 떠났다.
그러나 시누이는 올케를 친정으로 보낸 후 문구점에 다녀 오더니 공책과 필통 스케치북 연필을 한 보따리 사와서 학원에 전해주고 다시 한번 부탁을 하며 서울가는 버스를 탔다.
금요일 첫수업을 하며 가정사를 들으니 일찍 시집와서 많은 수의 시동생들 돌봐주고 고생을 많이 했지만 형제들간 우애가 좋았다고 했다.
먼저 검정고시를 본 시누이는 올케언니에게 용기를 주었고 고령이라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알기에 자신이 나서서 함께 온 것이었다.
누가 그랬나 시집에 '시'자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아 시금치도 먹지 않는다고...그러나 시집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서로 밀어주고 땡겨주는 분들을 보면서 여러가지로 흐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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