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자리가 사람의 권위와 능력을 나타내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능력이 적어도 능력이 있게 보일 수 있고 사람들이 존중도 해주고 순응하며 같은 말을 함에도 힘이 있어 보이는지 설득하고 뭔가 전달하는데 유리한 것 같다.
과거 300여명 규모의 학원에 있을 때 주요 과목의 강사들은 5~6명인데 내가 담당한 과목은 나 혼자 담당을 해서 특히 시험 때는 많이 어렵고 힘들었다.
경력이라도 쌓이고 운영자와 협상을 잘하고 하다 못해 기싸움이라도 잘하면 강사를 더 채용하게 하여 전문화 시키거나 짐을 나눠지는 데 경험도 적고 외모가 자리에 맞지 않다? 보니 늘 끌려 다녔다.
물론 가끔 운영자에게 대들어 당황하게 하거나 그날 사표를 쓰고 나오기도 했는데 평상시엔 조용히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명함을 만들어 주는데 이름 앞에 ○○과 대표강사라는 말이 붙어 사람을 높여 준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긴장을 하게 했다.
하긴 과목 담당이 1명이니 대표는 맞지만 손발이 오그라 드는 느낌이었다.
괜히 힘도 생기는 것 같고 호칭이 바뀌니 실세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한번 학생들에게 본전이 드러난 모습은 좋아질 수 없었다.
오히려 말단이라는 인상을 주고 소리도 지르고 힘으로 제압해야 말들을 들었다.
공부를 안하는 것을 떠나 말 안듣고 도망가고 담배도 피우는 학원생들은 내 담당이라 당시엔(90년대 중후반)때려선 안되지만 선을 너무 넘어 때리기도 해서 학부모의 항의도 많았다.
대부분 경력자라고 (그래봐야 2~3년 차이) 나에게 미루는 경향이 있었고 여선생들이 많아서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그냥 마당쇠라고 보면 좋았고 남선생들 중에는 군대를 갔다오지 않거나 짧게 갔다오거나 대체복무자가 많아서 인지 군대를 갔다 왔다고 나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런 자리는 일만 많고 내가 성질을 내거나 단호하게 행동해야 학생들이 조심을 했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 경력이 쌓여 고학년이나 재수생이 다니는 학원의 교무를 맞게 되었다.
말만 거창해? 보이지 시간표 짜는 것이 주요 업무고 실세도 아니었지만 학생들이 보기엔 호칭에 대한 편견인지 내가 실세인지 알고 고분 고분 했다.
물론 교무라는 자리는 시간표를 조정하는 과정이 복잡 다양하여 하기를 꺼리는 자리라 하려고 하지 않던 것을 갑작스런 공석이라 밀려서 된 것이고 강사들(다양한 근무형태를 갖고 근무)의 요구를 들어 주어야 해서 학교의 교무주임과는 다른 자리였다.
그러다 망해가는 학원에서 수업을 하다 원장이 되었는데 나는 그 자리에 대한 책임만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강사는 대우 받고 존중 받아야 하며 협조자이고 동업자이며 개인사업자이기에 동등한 위치라 뭔가를 시키고 하향식으로 전달하는 관계는 아님에도 막 대하는 이들이 있었고 원장이라는 자리를 떠나 학원계 선배로서 부당하고 부조리 한 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고령의 수강생들은 알아서 띄워주는 것 같고 말 안듣던 이들도 조금은 고분 고분해졌다.
당시에도 원장이라는 직함은 교육청 서류에 표시하고 연락처를 알리고 계좌번호 때문에 명함을 줄 때 쓰여 있던 칭호였지 별 다른 의미가 없었다.
원생들에게 원장임을 스스로 칭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던 것 같다.
부르는 칭호에 따라 사람의 대우와 처신이 다르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좋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https://blog.kakaocdn.net/dn/S7eaI/btsMi2bQPYT/04tMkXWdFslY4h1dMb1Hjk/tfile.jpg)
![](https://blog.kakaocdn.net/dn/b6Xa8m/btsMgKRLOeq/Ch8lCfThuG41EaBdIiGXcK/tfile.jpg)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0) | 2025.02.08 |
---|---|
처음 건강보험에 가입할 때 (0) | 2025.02.07 |
택배 받아주는 댓가 (0) | 2025.02.06 |
금성과 초승달 (0) | 2025.02.04 |
달러를 발견한 댓가 (0) | 2025.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