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전쟁기념관이나 육군지를 발행하는 곳에서 달력을 보내온다.
농협이나 우체국을 가면 얻어 오기도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이다.
사실 받아서 쓰지 않고 봉투채 보관을 하는데 이유는 달력에 나온 그림이나 사진 때문이고 쓰다가 12월 말이 되면 쓰레기나 폐지로 버려지는게 싫어서이다.
큰 달력의 그림이나 사진은 액자처럼 걸어도 되고 작은 것은 노트 한권의 분량밖에 안되기에 달력이라는 느낌보다는 사진집이나 도록이라는 생각이 들어 낙서를 하거나 표기하기 보다는 그냥 보관했다가 가끔씩 꺼내본다.
예전 중학교 때 미술선생님은 이북이 고향이셨는데 문화재나 그림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고 당시엔 큰 사진이나 영상자료가 다양하지 않다보니 달력에 나온 문화재나 그림을 오려 스케치북이나 스크랩북에 정리하여 수업시간에 보여주셨는데 철모르던 아이들은 달력을 오려 만든 것이라고 하니 약간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만 당시 선생님의 독특한 자료수집 열정을 몰랐던 사람들의 몰이해였던 것 같다.
직접 가볼수 없고 사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달력의 자료들은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수업할 때 느낀다.
사소하고 별거 아닐 것 같은 것들이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볼거리를 제공한다.
과거 커피 포장박스에 '금동대향로'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도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백제의 문화재로 유명한 것으로 박물관에 가서 촬영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수업시간에 한번 보여주면 이해하기도 좋고 오래 기억될 수 있다.
박물관이나 각종 기관에서 오는 달력 흔한 것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겐 소중한 자료이고 역사를 기록한 것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다.
또한 과거 국회의원들이 나눠준 한장짜리 달력도 시대를 알 수 있는 기록물이며 보관이 용이한 자료이다.
보석이나 도자기 비싼 그림 그리고 귀금속 그리고 명품이라고 말하는 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보관하고 관리할 것이다.
그런 것들을 수집할 기회나 비용이 없기에 책이나 인쇄한 자료(원본은 못 구하니)를 통해 작은 기쁨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