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오늘처럼 흐리고 비가 오는 휴일이었다.
전날 길게 야간 근무를 선 병력들은 내무반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취사장에서는 점심을 준비한다고 두어명이 밥을 안치고 국을 끓이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왠 민간인이 급하게 들어왔다.
작은 규모의 부대의 막사는 약간 높은 언덕에 있어 올라 가야 했고 취사장은 아래 있고 주변은 숲이라 담이 없고 동네로 가는 길이 있었다.
가끔은 동네사람들이 지나가기도 하고 주변에 공동묘지가 있어 상여나 영구차가 지나갈 때가 있었다.
숫자가 많으면 상급부대 허락을 받지만 농사일이나 바닷가 일로 통과할 때는 부대 안 통행을 허용했었다.
부대앞 진입로의 길은 비포장이고 주변의 길도 비포장에 비가 오면 진창이 되었다.
밥을 하던 병력들은 갑자기 들이닦친 사람을 보고 왜 왔는지 물었는데 인근 미군기지안에서 장사(식당)를 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차(작은 트럭)가 빠져 도움을 청한다고 하였다.
상황실에 연락을 하여 자고 있던 병력들을 깨워 (근무자 빼고 다 모아봤자 8명 정도 되려나?)현장으로 달려갔다.
당시 부대의 간부는 한명이 있었지만 퇴근을 하였고 보고를 해야 했지만 그러면 복잡해져서 선임이던 나의 판단으로 전부 내려가 힘을 다해 차를 밀고 땡겨 가며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슬리퍼를 신은 사람도 있었고 반바지에 런닝차림 그리고 전투복 차림의 단독군장의 사람도 있었다.
비가 오고 진흙이 튀고 슬리퍼를 신었지만 발목을 빠져가며 차를 꺼내주었지만 차주는 운전석에서 고맙다는 말도 없이 출발을 했다.
부대원들은 눈에서 멀어지는 트럭을 보면서 욕을 하기 시작했고 나 또한 욕을 했다.
"씨발 장사를 미군부대에서 하다 보니 우리가 우습게 보이나? "
"무슨 저런 새끼가 있어!"
모처럼 휴일 꿀잠을 자고 있던 병력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밥하던 이들 또한 왜 급히 연락을 해서 병력들을 동원했을까?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야! 점심준비나 하자...자던 사람들 계속 자고 괜히 깨워서 미안하다."
그렇게 봄의 휴일은 지나가고 있었다.
'군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대생활과 짜장면 (0) | 2024.05.18 |
---|---|
건군시기 학교교련 교범 (0) | 2024.05.15 |
잘못된 군복고증 (0) | 2024.05.12 |
과거의 장군 계급장 (0) | 2024.05.06 |
부대 마다 다를 수 있는 보급 (2) | 2024.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