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자 폐업신고를 하고 학원에 있던 마지막 집기를 꺼내 철수를 하고 문을 잠갔다.
전화와 인터넷을 끊고 전기요금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 용인에서 퇴근하는 마지막날이었다.
폐업신고는 5분이 안 걸렸고 학원을 인수할 때 세무서, 구청 , 교육청, 은행, 전화국, 한전을 돌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90년대 초 수원의 검정고시학원이 잘 되자 경기 동남부 사각지대였던 이곳에 YJ검정고시 학원 분점을 냈고 당시 이천, 안성, 광주 그리고 충북 진천의 일부지역에서 원생들이 왔고 강의실은 가득했다.
이천에 학원이 생기고 (이곳은 2017년 폐원) 인터넷 특히 유튜브 동영상 발달, 대안학교의 설립, 야간학교등이 생기면서 내가 이곳에 갔을 때 학생수가 많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분위기가 좋았다.
2016년 내가 어려웠던 학원을 수습하고 학원이름도 논란이 있을 것 같아 이름을 바꿔 개원했다.
초기 9개월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강사료, 임대료, 유지비를 투여한 것이 많은 어려움을 낳았으며 2020년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 시국은 우는 아이 뺨을 때린 것 처럼 심각한 상황을 낳았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그만 둔 청소년들이야 배울 곳도 많고 인터넷을 통하면 충분히 합격하겠지만 고령의 어른들 특히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경우(생각보다 60년대 전 후 출생한 분들 중에 많다.)는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던 경우가 많고 가능하면 청소년들 보다 어른들에게 중점을 두었다.
어떻게 하면 초등학교 아니 그전에 배운 것 그리고 사회에서 경험한 것을 연계하여 지도할까? 고민을 하고 최대한 단기간 지도하여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해주고자 했다.
생각보다 고등학교 중퇴한 청소년들 보다 적극적이었고 학습효과도 커서 50~60대 어른들(초등학교 졸업이나 중학교 중퇴)이 성적도 좋았고 합격률도 높았다.
그리고 이 분들 덕에 지탱할 수 있었다.
검정고시 특성상 졸업한 어른들을 모셔와 자신의 합격비결을 듣기도 어렵고 내가 이야기를 해봐야 거짓말 처럼 되니 새로 들어온 분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다.
막상 문을 닫자 한번씩이라도 연락을 주거나 찾아온 분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초.중.고를 거치고 합격한 분들이었고 밥도 사주고 다시 뵙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저번주 부터 학원의 집기류는 당근마켓에 무료로 내놓고 복사기와 종이만 싸게 이웃의 원장님이 가지고 가셨고 그냥 가기 미안하다며 음료수도 사놓고 갔다.
칸막이를 철거하고 먼지 나는 곳에서 쌓여 있던 서류와 입학원서를 파쇄하고 간판업체는 간판을 제거했다.
문을 닫긴 쉽지만 누군가 다시 하려면 많은 금액이 들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지식소매상으로 뛰었지만 이곳을 거쳐가신 분들은 어려울 때 마다 힘이 되어 주셨다.
이제 용인을 가는 일은 여행을 가거나 지나다가 잠시 들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약10년 가까이 정도 많이 들었고 잠깐이지만 7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이곳에서의 여러가지 일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동안 도움 주신 분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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