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이야기

포병모형을 기증했던 일

lkjfdc 2022. 4. 12. 07:16





벌써 16년이 지났다.

나를 안다며 한 군인으로 부터 전화가 왔고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 모르겠는데 누구신지? 그리고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는지 궁금합니다!"

" 솔직히 모릅니다. 다름이 아니고 선생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모형을 저희 부대에 기증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예? 기증이요? 잘 만든 것도 아니고 드리기엔 부끄럽습니다."

보기엔 작은 장난감 같지만 모형 한점을 만드는데 드는 노력과 정성 그리고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거절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작은 축소모형을 취미로 만드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더군다나 제품으로 구하기도 힘든 국군의 무기를 만드는 경우는 잘 없었으며 그것도 포병장비는 마이너한 분야라 인기도 별로였다.

대부분은 독일군이나 미군의 장비나 군대를 연구하여 만들었던 당시 난 우리국군의 것을 찾기 시작했었다.

생각보다 알려진 자료나 사진이 없었고 만들어 놓은 사례는 더 보기 어려웠으며 그나마 M48같은 전차나 K200장갑차 같은 것이 나와줘서 국군무기에 관심이 일고 있었다.

전화를 한 군인은 수도권 향토사단의 포병대대에 근무하는 현역 중사라고 소개를 했고 자신의 부대에서 운용하는 M101 105mm 곡사포를 백방으로 찾아도 구할 수 없었는데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나온 걸 보고 '이거다!' 싶어 당시 사이트를 담당하는 관리자를 통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했다.



일단은 얼굴을 봤으면 하고 서울의 모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어느날 오후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너무 복잡한 전철역 근처에서 차를 세우고 기다리다 그는 딱지를 끊고 나는 일단 준비를 해간 모형을 주면서 자리를 이동하자고 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다양한 외국의 신제품(MLRS나 자주포 모형)을 구해 (포병장비 모형은 전부 외국산 ) 락카를 뿌려 본인이 만들어 일단 부대 중앙현관에 교육용으로 비치를 했다고 했다.

본인이 정성을 다해 교육용자료를 만들어 전시를 해놓았으나 정작 자신들이 운용하는 M101 105mm곡사포와 M114 155mm곡사포는 여러 경로로 알아봐도 구할 수 없었고 그것이 있어야 마무리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단 몇개 만들어 놓은 걸 주고 새로운 걸 또 만들어 전해주기로 했었다.



과거 군생활을 할 때를 생각하면서 부대원들에게 휴가를 주고 만들어 보게 하거나 아니면 업체를 알아보면 비용이 들지만 잘 만들어 줄 거라 말했지만 그 부사관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대원들 바쁘기도 하지만 부당한 명령이 될 수 있고 업체에 알아보고 만들어 놓은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해봤지만 금액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또한 전쟁기념관이나 박물관에 납품하는 모형의 가격은 생각보다 제작비가 비싸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며 이런 것들은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전문업체에 의뢰하여 만든 것이기에 그 걸 알아내기도 어렵다는 걸 알았다.

일단은 모형점에서 구입 하는 모형킷트 대부분이 국산이 아니라 구입 자체가 어려워 문제였다.

외국의 사이트를 통해 구할 수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간혹 사진과 다른게 오기도 하고 더 웃기는 건 모형임에도 군사적인 용어가 있으면 수입이 불가였다.


결국은 내차례가 되어 전해주었고 단위부대의 공간에 전시가 된다.


그 후 미군에게 받은 국군의 포병장비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당시 국산화 되어 배치 되기 시작한 K9 을 꼭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중국의 업체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전차 K1을 모형킷트로 만들어 발매를 했고 그게 더 화나는 일이기도 했다.

아무튼 국산화포가 국산제품으로 나올 가능성은 당시에 전혀 없었다.
결국 잡지의 사진 그리고 제인연감에 나온 사진을 보고 만들기 시작했으며 만드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고 결국 완성을 했다.

반가웠던 건 내가 만들고 1년이 지난후 아카데미과학에서 K9자주포 모형킷트를 만들어 출시했고 이젠 마트에서도 파는 제품이 되어 쉽게 구할 수 있다.

추후 쌓인 노하우로 K10를 만들었고 90년대 실제 국산화포의 주력이 된 KH 179 , KH 178, K55... 그리고 K9보다 더 오래 걸려 만든 구룡다연장, K77 장갑차 다음으로 6.25때 사용한 M3 105mm 곡사포, 4.2" M2 박격포등을 기존의 제품을 개조하거나 다듬어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국산화포를 주문 생산하는 업체가 생겨 군장병들과 예비군들의 기념품이나 부대역사관의 전시물이 되었다.

대단히 정밀하며 금속으로 제작도 하며 제작비도 많이 내렸지만 싸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제작자들 덕분에 국산화포 모형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 당시엔 모든게 새로운 시도였다.

바쁜 현역 부사관이 자신의 부대의 병력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공부해온 것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부대의 전술전기를 다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보였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보통 장기간 한 곳에 근무하는 부사관의 근무형식이었으나 당시 그 중사는 강원도 철책사단으로 바로 전출을 갔고 그곳에서 상사로 진급을 했으며 현재는 원사로 근무하고 있다.

근무한 시기가 나와는 조금 차이가 나고 직업군인의 입장에서 선배로 대접을 해주는게 쉽지 않은데 그는 그렇지 않고 겸손했었다.

그 이후에도 다른 부대와 연결이 되어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나는 현역군인들이 과거의 관행에 따라 노력도 없이 민간인들에게 뭔가 해주길 기대하는 걸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력을 하고 열정을 보인다면 작은 힘이지만 도와주고 싶다.

그들은 대부분은 소박하고 건실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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