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TV 를 보다가 김포의 해병대 포병부대가 나오는 걸 보았다.
장비나 병력들의 움직임 보다는 포병대대장이 병력들 머리를 깍아주는 걸 보고 놀람과 함께 '대단한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 쫄병들이 볼 때는 대위계급의 장교만 봐도 얼굴을 처다보기 어려운데 나이 차이도 약간 있지만 보통 100여명 넘는 병력을 통솔하는 지휘관이고 전입부터 진급신고 휴가신고 전역신고까지 직속상관으로 의무복무자 뿐 아니라 초급간부들도 어려워 하는 자리이다.
하물며 대대장의 경우에 말해서 무엇하랴?
가급적이면 안 마주치는 게 좋고 그러함에도 알아봐 주는 게 황송하며 이름을 기억하면 더 놀라고 감동한다.
나이도 많은 중령정도의 장교라면 아버지 뻘도 있고 삼촌뻘도 되지만 군대에서 쫄병들이 바라보는 대대장이라는 자리와 그 권위는 대단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신병이 전입을 오면 대대장이 직접 부모에게 전화를 해 '안심하라'고 하고 부대에 초대하는 곳도 있고 발을 씻어주는 대대장도 있었다.
과거에 나는 부대의 특성상 대대장이 있는 부대에 있어 보진 않았다.
단 배속나간 부대에 대대장이 나와 이름이 비슷해서 인지 나의 보직 때문인지 나의 이름을 기억해 줬고 만나면 따뜻하게 손을 잡아줬었다.
그것만으로도 감동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록 더 어려웠고 그분에게 호감을 느꼈다.
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었고 수많은 부대원들 이름을 기억하려 했고 제대할 때 쯤 상급부대에서 만났을 때 자신의 소속이 아님에도 고생했다며 등을 두드려 주는데 가슴이 짠했었다.
당시엔 이 분 말고도 좋은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해병대의 ' 송 철 중령'을 보니 예전의 상관들도 떠올랐지만 요즘의 군대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추운날 경계근무를 서는 병력들에게 초코파이를 꼭 쥐어주던 철책사단의 연대장!
자대배치 받던 신병을 자신의 짚차에 태워 주며 손을 잡아주고 힘내라며 격려하던 대대장! 탈영하려다 잡혀온 문제 병사에게 '휴가증은 가지고 나가야지!'하며 눈물을 쏟게한 대대장! 자칫 나약한 병력을 만들 것 같지만 이런 상관들이 있는 군대는 결코 약하지 않다.
군기들고 절도 있는 것도 좋지만 따뜻한 마음이 없는 군은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하부조직이 다수의 의무복무자 체제(일부 직업부사관을 뺀 초급장교 까지의 병력은 대부분 단기 의무복무자들임)로 되어 있어 누구보다 특히 일선부대의 책임자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직책이 대대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추상같은 위엄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따뜻한 동네 아저씨의 마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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