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개한 영화와 드라마는 여러번 있었다.
박하사탕 부터 화려한 휴가 그리고 모래시계등 직간접적으로 광주를 이야기 했었다.
경부축이 중심이 된 이 나라는 부산이나 대구 대전 까지는 많이 가지만 전라도 땅에서도 전주나 군산 익산 까지는 금방 다녀 올것 같아도 광주 하면 왠지 먼 느낌이 들고 실제 안가본 사람도 많다.
호남선이 직접 지나는 것이 아닌 송정리역에서 내려 시내로 들어가던 과거엔 더 멀게 느껴졌다.
그러나 공군기지와 함께 쓰는 비행장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차량이 덜 밀리고 가까움에도 수도권이나 영남의 주민들은 갈 일이 없었고 2차선인 88고속도로가 80년대 중후반 건설된 걸 보면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그런 광주의 80년도는 더 낮설었고 광주민주항쟁은 당시 언론의 보도에만 의존하다 보니 폭도들이 공권력에 도전한 극악무도한 사건이었다.
내가 중학교1학년 때 들리는 소문도 주인공으로 출연한 김해출신의 배우 송강호(당시 중학교2학년)와 별로 다르지 않았을 터...
79년 계엄령이 떨어졌고 그전에 경기도 광주에 살 때 홍성광천 무장공비 사건으로 읍내에 총을 들고 밤새 군인들이 근무를 서고 아버지가 갑자기 무거운 철모를 쓰고 출근을 하고 새벽에 가끔씩 군용트럭이나 찦이 출동하여 전화도 변변치 않았던 당시 부대에서 직접 병력들이 나와 아버지를 찾던 기억이 생생하다.
감히 총을 든 군인들에게 대항을 할 정도면 지역이 별나거나 불순분자의 선동에 놀아난 것이 분명하다고 느꼈던 것이 당시의 심정이다.
그러나 세월이 가고 외신에서 보도한 화면을 보고 당시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서 이건 학살에 대응한 행동이고 신군부의 반란과 국정을 강탈한 불법행위에 반대한 항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원래 전국대학 곳곳 특히 서울에 많은 병력들이 소요에 대비해 준비를 했었고 이런 현상은 박정희가 집권하던 70년대도 잔존해 있었으며 이른바 '서울의 봄'이 오는가 싶더니 영악한 신군부에 의해 역사는 다시 뒷걸음질 한다.
영화에서 개인택시기사 김만섭(송강호)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 외국인을 광주에 태어다 주고 서울에 통금까지 돌아오면 10만원이라는 큰 돈을 준다는 회사택시기사의 이야기를 엿듣고 밀린 월세도 해결하고 딸에게 뭔가 해주고 싶어 극장 앞에 기다리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즈페터(토마스 크레취만) 이하 피터'를 차에 태워 광주로 신나게 달린다.
그러나 들어가는 길은 전부 막혀 있고 샛길로 들어가나 여기에서도 군인들에게 검문을 당하지만 김만섭은 어렵게 광주에 도착한다.
광주의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의 안내에 의해 피터는 이곳 저곳을 취재하고 김만섭은 돈을 받아 서울로 가려고 하나 광주의 상황은 너무나 긴박하고 차까지 고장이 나 바로 가지 못하지만 광주에서 만난 택시기사 황태술(류해진)과 그의 동료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러나 떠나서는 안되는 상황이 다가오고 피터를 도와 광주의 참상을 취재하나 정부에서 파견된 기관원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된다.
어느 정도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고 본 만섭은 태술의 도움으로 광주를 빠져 나와 순천으로 향하게 되고 외부에서 알려진 유언비어와 왜곡된 언론보도에 분노하며 다시 광주에 들어가 피터의 취재를 도와주고 함께 광주를 빠져 나오는데...
대충 영화의 줄거리는 이러하며 70년대 말과 80년초의 분위기를 살리고 특히 사건이 발생한 광주 금남로와 광주역 부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이며 당시 실제 화면과 오버랩을 해도 될 만큼 배우와 촬영팀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당시 실제 도움을 준 기사와 독일 기자 피터는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공항에서 이별을 했으나 훗날 재회하지 못했고 독일기자 피터는 그 후 세월이 흘러 국내에서 상도 받기도 하나 정부기관원들에게 고초를 당하고 다쳐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다.(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는 게 ...)
다음으로 이런 비극이 국내에서는 철저히 은폐되고 왜곡되어 김춰질 사실이 한 외국인에게 알려졌다는 것이 가슴 아프고 그것을 방해하고자 골몰한 군부와 집권자의 치졸한 작태에 너무나 큰 분노를 느낀다.
광주를 빠져나가는 검문현장에서 매의 눈으로 택시의 내부를 살피던 군인 엄태구의 연기 또한 당시의 시대상을 압축해 놓은 느낌이 들고 (잡아야 할 사람이지만 조용히 놓아 주는 ) 끝까지 집요하게 피터와 만섭을 쫒는 기관원 최귀하의 연기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시대가 급속도로 변화하다 보니 당시를 재현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것 같아 아쉬었고 (요즘 쓰는 컬러 셔터가 눈에 보임)군인들의 장비와 복장이 당시 상황과 약간 어긋나는 점이 눈에 들어 왔다.
전투복에 야전상의용 견장을 부착한 점과 당시 일선부대에 지급된 M16자동소총 대신 검문하는 병력들이 칼빈소총을 휴대한점이 어색했고 전차의 도색이 당시와 다르고 군용트럭도 다르다.
다음으로 특전사 중령(특전사 중령이 낮은 계급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지시할 만큼 책임지는 위치는 아님)의 계급을 비중있는 장군의 계급으로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극적인 부분을 부각 시키는 건 좋으나 마지막의 자동차 추격신은 자제 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 생각한다.
그리고 늦었다고 보는 측면도 있고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는데 고통이 있겠지만 작전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의 사실적인 증언이 나왔으면 한다.
시끄러워지고 역사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어쩌고 정치공세니 말하는 것 보다 사실의 파악이 더 중요하며 상처는 덮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밝혀내고 알려서 치유하고 책임자를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그것이 사실을 알리고자 위험을 무릅쓴 벽안의 기자와 당시 기자를 도운 여러 사람들의 뜻이라 볼 수 있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있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