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동네 큰 길 너머 논길을 걷다가 메뚜기를 여러마리 잡았다.
4~5년 전에는 많이 보였는데 금년엔 태풍 때문인지 내가 못봐서인지 메뚜기가 별로 없었다.
예전 용인에서의 어린시절 논에는 메뚜기가 지천이라 볶아서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기도 하고 간식으로 먹었다.
그러나 70년대 중후반 메뚜기는 자취를 감췄고 79년도 충북의 시골로 내려갔을 때도 메뚜기는 거의 없었고 시골의 동창생들도 메뚜기를 잡지 않았다.
나는 논일 밭일로 바쁜 그리고 선배들의 무서운 군기잡기를 피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들어가 메뚜기를 잡아모았고 그런 나를 희안한 아이로 봤고 근처 읍내까지 걸어서 낚시바늘을 사서 파리를 미끼로 하여 피라미를 거센 개울에서 잡았었다.
특히 무지개빛 나는 숫컷의 색은 멋졌고 이러한 놀이도 어떤 이에겐 여유로 보였고 그러다 고기를 진짜 잘잡는 친구와 어울려 매일 그 녀석의 집에 가서 밥도 같이 먹고 칼싸움도 하고 이곳저곳 싸돌아 다녔다.
당시 메뚜기는 시골에서도 없다 보니 어쩌다 메뚜기를 먹던 나는 별난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메뚜기 구경은 거의 할 수 없었고 20대 후반 우렁이 농법을 한다는 친구네 동내에서 메뚜기 때를 보았다. 그러나 어린시절 느려 터진 메뚜기가 아니었고 아침이슬을 머금은 메뚜기였지만 잡기는 쉽지 않았다.
아무튼 당시 메뚜기를 볶아 몇마리 맛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15년전 양평 신원리 지인의 처가에 놀러 갔다가 논에서 뛰는 메뚜기를 보며 신기해 하고 잡았지만 놔주고 말았다.
농약을 거의 주지 않거나 적게 주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고 농사짓는 분들의 고생을 조금 가늠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자라고 이곳 안산에 살면서 가끔 논으로 들로 산책을 가면서 메뚜기 구경을 시켜주고 직접 잡아 보게 했지만 익숙하지 못해 놓쳤고 신기하게 생각을 했지만 적극적이지 않았다.
아무튼 메뚜기 몇 마리를 잡아 창가에 두고 건조시켰다가 3일 정도 되었을 때 후라이팬에 넣고 소금과 기름을 넣고 살짝 볶았다.
시골이 고향인 아내는 한마리 먹어보라고 주니 질색을 했고 큰 녀석은 한 두마리 먹어 본 후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작은 녀석은 전혀 손도 대지 않았다.
미래 단백질 공급원으로 기대를 하는 게 곤충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메뚜기를 대량으로 양식하는 건 유행을 타는지 요즘 뜸한 것 같다.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어릴적의 기억을 확인 한 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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