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복숭아통조림을 먹으며

lkjfdc 2018. 1. 2. 16:39

 

지금 시중에서 파는 복숭아 통조림은 대부분 내용물이 중국이나 지중해 지역이다.

 

언제 부터인지 포도통조림은 보기 어려웠다.

 

대신 망고나 파파야 같는 열대과일 통조림이 있고 파인애플은 많이 싸진 느낌이다.

 

 

여름도 아니고 겨울 추운 곳에서 까먹는 맛은 잊을 수 없는데 지금은 먹을 것이 많아서 인지 별로 대단한 걸 못 느낀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아버지는 P.X에서 다양한 통조림을 사오셨는데 70년대는 꽁치와 고등어, 정어리, 어단 (오뎅), 고추장, 소고기 간짜장등 다양한 식료품들이 있었고 돼지고기 장조림 소고기 장조림 그리고 소가 그려진 햄도 있었고 닭 통조림도 본 것 같다.

 

 

과일은 흔한게 복숭아 포도로 이걸 한 겨울 따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귤통조림 같은 특이한 제품들이 있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막상 군대를 갔을 때는 P.X출입이 엄격하고 진열되어 있다고 다 살 수 있는게 아니고 물건 중 일부는 외부에서 빌려다 놓은 것도 있고 P.X관리병은 아무나 하는 꽃 보직이 아니라 자칫하면 부족한 돈을 채워 넣야 하는 조직임을 알았을 때 씁쓸했었다.

 

 

어느날인가 훈련소에서 P.X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나는 쿠폰을 주고 관리병에게 부탁을 하여 어렵게 복숭아 깡통을 하나 사서 내무반으로 가져 왔다.

 

당시 부산경남이 고향인 병력들 사이에 엄씨 성을 가진 화끈하고 잘 나서고 다른 지역에서 온 나에게 유난히 잘 해주던 동기가 있었다. 전자기타도 좀 쳤다고 하고 당시 유행하던 박남정의 노래와 춤을 추고 힘든 가운데서도 늘 웃던 그를 주기 위해 샀고 훈련이 막바지에 이르던 과정 뭐 해줄 게 없던 시기 나는 그에게 복숭아 통조림을 주었으나 화끈한 부산싸나이었던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이러 했다.

 

'나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 못 묵는다. 그거 그냥 니 해라! 내 먹은 거로 할께...'

 

뭐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렇게 웃고 떠들던 경상도 사내들 틈에 그는 더 돋보였고 제대하면 부산의 유명한 바바리아 호프에서 만나자고 동기들 끼리 약속을 했으나 제대 후 난 공장을 다니느라 부산엘 갈 수 없었다.

 

 

그 후 자대에 가서는 P.X가 없어서 어쩌다 동네 잡화점에서 회식 때 사먹기도 했다.

 

지금은 가끔씩 술한잔 할 때 안주로 먹기도 하고 빙수를 만들 때 넣기도 한다.

 

가공식품이라 생복숭아 보다 못하겠지만 춥거나 제철이 아닐 때 먹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