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제과점엘 가면 조각난 케익 모양의 빵을 판다.
어릴적 세들어 살던 집의 주인 아주머니는 분식집을 하셨는데 가끔 겨울이나 가을쯤 조각난 케익모양의 빵을 사다가 팔았다.
전용 냉장시설이 없으니 (있어도 당시엔 정전이 심하여 잘 쓰지 않았다.) 생크림이 아닌 버터나 초콜렛을 둘러 딸기 모양이나 포도모양의 제리가 장식이 되어 있고 은박지로 받침이 있었으며 먹음직스러웠다.
이런 모양의 빵은 뉴욕제과니 고려당이니 해서 오래전 부터 만들었던 것 같고 영세업체에서도 큰 기술없이 만들었으며 분식집에 진열된 그 빵은 돈이 있을 땐 품절이고 꼭 뭔가 먹고 싶을 때 진열되어 있었다.
결국 가끔 튀김이나 떡볶이나 사먹을 뿐 이었다.
어느날인가 밤에 아버지가 1000원짜리 한장을 주셔서 집을 나오며 분식집 진열장을 확인하고 문구점에 가서 갖고 싶던 모형상자를 달려가서 사고 나머지 돈으로 그 빵을 샀고 맛이 좋아 하나를 더 사서 먹었다.
9살이 되던 해였다.
생일날이면 능내의 할머니가 오셔서 떡을 전해 주고 가셨는데 갑자기 못오게 되셔서 어머니는 기성품으로 대량제작한 샤니케익을 하나 사오셨다. 그전엔 롤형식의 빵을 사서 가끔 먹었었다.
눈으로만 보았던 케익의 촛불을 처음 꺼봤고 케익을 처음 잘라 봤고 잘랐을 때 뭔가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약간의 실망도 있었다.
이유는 케익 안에는 대단한 먹을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카스테라 같은 빵과 잼이 발라져 있었고 집주인의 가게에서 팔던 그 빵의 맛과 큰 차이도 없었고 맛은 비슷했던 것 같다.
달콤한 제리나 초콜렛 그리고 먹을 수 있는 꽃장식은 위에만 몇 개 있을 뿐 안쪽은 단순했다.
생각해보니 비싼 케익을 사먹을 수 없던 당시 서민들에게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 작은 모양으로 만들어 상품화 했던 것을 사다가 팔았던 것이다.
지금은 흔한 케익 가끔 직장에서 생일축하를 하면서 생크림 케익이다. 해서 다 먹지 않은 것을 처리하지 못해 탁자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을 때도 있으나 난 제과점에 들렸을 때 케익은 커서 자주 못사먹지만 케익을 자른 듯한 모양의 빵을 사먹을 때가 있다.
생일축하나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그냥 어릴적 진열장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던 그 느낌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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