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있어도 전기가 2~3시간 정전이 되면 다 녹아 버리고 팔 수 없었고 부드러운 크림이 들어있는 브라보 콘이나 종이통에 들어 있는 투게더 같은 것은 '엄마 아빠가 다함께 온가족이 먹기전 ' 녹아 버렸다.
물론 당시 사람들이 모이는 서울 근교의 나들이 장소나 교통요지엔 아이스크림을 컵에 담아 파는 제과점 비슷한 곳도 있었다.
브라보콘이나 투게더 같은 빙과류는 유명상표였고 전국으로 유통이 되던 상품이긴 했으나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것이 었다.
70년대 중반 비닐튜브에 쥬스를 넣고 진하게 얼린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바로 '아이차 바' '쥬쥬바'같은 제품이었다.
녹아도 다시 냉동실에 보관하면 훼손되지 않고 얼려서 먹을 수 있었다.
이 제품들도 대기업제품이었고 엄청난 광고를 했었다.
당시 지역마다 다른 아이스바가 있었는데 포장이 간단했고(비닐봉지만 벗기면 됨) 팥은 넣었는지 모르나 맛은 사카린이 들었는지 쓴맛이 있었다.
보냉이 되는 통에 얼음주머니( 하루에 한번정도 얼음과 소금을 교환)를 넣으면서 아이스바를 채워주고 갔고 주로 학교앞 문구점 입구에 위치하여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역의 아이스바가 있던 자리 80년대가 넘어가면서 이들은 사라졌고 유명상표가 찍힌 아이스바가 자리를 대신 했다.
아마 '아맛나'가 그 대표일 것이다.
80년대 초까지도 얼음과자는 여름에만 동네가게에서 팔았던 것 같다.
83년 어느날 겨울이었던 것 같다.
휴일날 시내 대형슈퍼( 지금으로 보면 동네 중형급 할인점 수준)엘 갔는데 대형냉장고에 아이스바가 보여 신기하기도 했고 자취를 하는 친구가 생각이 났다.
학교 인근 동네에서 방을 얻어 생활을 하다가 집주인 아저씨가 동네 잔치를 한다고 해서 방을 잠시 비워주어야 했고 친구는 과수원이 있는 외딴집으로 방을 옮겼었다.
가게도 먼곳이라 라면 한봉지라도 사려면 한참을 내려와야 하는 곳이었지만 나는 모처럼의 휴일이라 그곳을 가기로 했다.
당시엔 야간 자율학습 한다고 해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주변에 사람도 안살고 있어 카세트 라디오를 틀어 놔도 좋고 떠들어도 좋고 노래를 불러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과수원에서 주는 사과는 덤이었고
그냥가면 섭섭하고 뭔가 특이한 것을 사가지고 가면 좋을 듯해서 냉장고를 열어 '쥬쥬바'를 여러개 꺼내 담았고 한시간 반 넘게 걸어서 친구의 자취방을 갔다.
쥬쥬바를 산건 겨울이라도 아이스바는 가다가 다 녹을 수 있지만 쥬쥬바는 밤에 바깥에 꺼내 놓으면 얼어서 다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녹으면 녹는대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바람도 불고 비탈길을 올라 집에 도착하니 조용했고 문을 열어 봤지만 친구는 없었다.
시골집에 쌀을 가지러 갔는지 아니면 시내에 외출을 갔는지 알 수 없었다.
' 집에 간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어디 잠깐 나갔겠지 하고 기다려도 오지 않았고 나는 저녁이 되어 내려 올 수 밖에 없었다.
쥬쥬바는 책상위에 놓고 메모를 해놨었다.
' 기다리다 간다. 시내에 갔더니 하드를 팔더라... 쥬쥬바를 대신 사왔으니 먹도록...'
지금 같으면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아이스바 ' 당시 겨울 발견한 대형슈퍼 냉장고의 빙과류는 나에게 신기함 그 자체였고 놀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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