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0여년 전 시골지서에서

lkjfdc 2019. 6. 14. 09:09

 

지금은 어떤지 모르나 80년대 후반 시골의 지서엔 경찰관 숫자가 참 적었습니다.

 

지서장 포함 6~7명 도시엔 15명 정도 있지만 시골엔 많지 않은 숫자가 근무를 했고 그 부족한 업무를 방위병들이 보완을 해줬습니다.

 

원래 방위병의 업무는 지서에 딸린 무기고 근무를 서는 것이고 경찰의 업무는 하지 않는 것인데(이걸 군대가기전에는 몰랐고 군대에 있으면서 잘못된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 경찰들의 업무를 보조하던 의경들은 시위진압에 동원되고 특히 시골은 별다른 사건이 없다보니 그럴 수 있었겠지만 평상시 특히 밤엔 사람이 없어 방학때는 대학생 방범 알바들이 배치되어 자잘한 업무를 했습니다.

 

눈이 내리던 어느날 도경계에 있던 시골지서는 험한 고개를 통과하는 차량을 세워 스노우체인을 하게 하고 넘어오는 차량을 검문하여 간혹 수배령이 떨어진 사람들 농산물 절도범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서안은 고령인 차석 OO경장이 박ㅇㅇ순경과 조ㅇㅇ순경 이렇게 대기를 하고 낮엔 지서장인 OO경사가 근무를 마치고 숙소로 퇴근을 했습니다.

 

지금은 가장 많은 계급이 '경위'지만 당시에 경위라는 계급은 시내나 읍내의 파출소장 정도 되야 다는 계급으로 많지 않았습니다.

 

저녁이 지나고 9시 뉴스가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무전기에서 신호가 왔습니다.

 

치지직 ...

 

"고개넘어 풀잎 넉장 이동했다. "(남자 네명이 넘어갔다.)

 

"박 피 수신 양호 " 치칙 (박순경 전달 받았다.)

 

 

뭔지 모르나 고개 넘어 소속이 다른 지서에서 연락이 왔던 것 같고 지서 앞에는 곧바로 바리케이트가 설치되고 무기고 경계병 임무를 하던 방위병들 일일이 검문을 하고 시간이 지났을까?

 

 

 

 

영화에서나 봤던 큰 덩치의 건달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무려 네명이나 지서엘 자신의 안방에 들어오듯 들어와 쇼파에 털석 앉았습니다.

 

 

 

 

"아야! 넌 무슨 군발이가 검문을 이리 지겹게 한댜냐 ? 오늘 재수 겁나게 없구마이... 근디 니는 현역이여 방우여 ...좀 적당이 하랑께 "

 

수배를 받던 이 사람들 실제 나이는 서른도 안되었는데 사십은 다 되 보였고 그쪽 지역사람들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고급스런 양복을 입었지만 전과가 화려했으며 자가용 또한 비싸 보였습니다.

 

지서에서 떠드는 모습은 죄짓고 다니는 사람같지 않게 편안해 보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경찰들이 근무하는 동네의 기관인데...

 

 

동네 다방에 연락하여 커피도 배달 시켜먹고 네사람은 근무자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자기들 끼리 웃고 떠들었습니다.

 

그 사이 지서에서는 본서로 연락을 한 후 이들을 인계하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지금처럼 순찰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엔 시내나 읍내의 중요한 곳에만 있었지요.

 

근무자는 차석 포함 세명 차석을 빼고 선임인 조순경(이분 성악을 전공했었던 것으로 알며 목소리가 참 멋있었던 기억이 납니다.)이 망설임 없이 수배자들을 태워 60여리 본서로 가기로 했고 차량은 수배자들의 자가용을 이용 혼자 수배자들 틈에 끼어 실탄을 장전한 리볼버 총을 휴대하고 본서로 출발 했습니다.

 

60여리 정도의 거리 지금이면 빨리 달려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당시 비포장 도로에 민가나 사람의 통행도 없는 긴 시골길을 ....

 

 

그것도 혼자 가는 경찰을 보면서 당시 아무나 하는게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시간이 지나도 두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고 지서에서 근무하던 차석 OO경장은 본서에 계속 전화를 돌리고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연락이 왔습니다.

 

"조순경? 잘 도착 했다구.... 근데 왜 늦었어? 뭔 일 난거 아닌가 걱정 했잖아!

 

뭐 중간에 밥좀 먹겠다고 해서 잠깐 쉬었다고?..."

 

지서에서 상황을 지켜 보던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당시 총 한자루에 의지하여 투철한 정신으로 무시무시한 수배자들을 본서로 인계하던 시골지서의 조순경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마 지금은 정년 퇴임하여 손자들 재롱보고 계시겠지요.

 

또한 소속은 국방부 소속으로 무기고 경계를 서면서 지서에서 각종 업무를 수행하느라 힘들었던 방위병 여러분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