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골과 방동사니
길을 가다 우연히 보게된 풀이다.
방동사니라고 하는데 흔히 볼 수있고 논이나 들에 가면 더 많이 있고 생명력이 강하다.
난 이 풀을 보면 어릴적 큰집에서 기르던 '왕골'이 생각난다.
중학교 다닐 때 쯤 여름방학이 되어 큰집엘 갔더니 쉬거나 노는 일은 별로 없었고 밭이나 논에가서 일을 하거나 동네의 또래들이 소를 몰고 산으로 '꼴베러'간다며 올라갔고 당시 그냥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책을 손에 들고 올라가 공부를 하는 게 당시 이 곳의 분위기였다.
공부 열심히 해서 진주나 마산으로 진학을 하는게 목표였고 선배들이 물려준책을 보면서 꿈을 키우는 것 같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갔다고 옥수수나 감자를 삶아주고 점심엔 국수를 삶아 주시던 아지메(형수)의 대접 덕분에 여름은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날 들판에서 봤던 '방동사니'와는 비교도 안될 길이의 풀을 잘라와 크기를 가지런히 하여 껍질을 벗기는데 이 일이 처음엔 신기했으나 오후 내내 2인1조가 되어 한명은 왕골을 잡아주고 한명은 칼질을 해서 껍질을 적당한 폭으로 나눠 세로로 벗겨 여름햇볕에 말리고 돗자리를 만드는 곳에 팔아서 여름한철 농가의 수입을 창출했다.
바람이 통하는 마루에서 일을 하지만 이게 장시간 지속되면 팔도 아프고 지루했다.
당시 왕골이라는 풀을 보면서 돗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고 비슷하지만 키가 작은 방동사니는 잡초로만 여겨지고 논농사의 제거대상이라는게 이해가 되면서도 반대로 인간에게 어떠한 필요성이 있느냐에 따라 그 생명의 존재가치도 참 다르구나를 생각했다.
키가 크고 껍질을 벗기기 용이한 왕골은 상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지만 작고 껍질을 벗기기 어려운 방동사니는 생긴건 비슷하면서 많은 차이가 있다.
물론 그 가치는 인간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안에서는 키작은 방동사니풀이나 키큰 왕골이나 둘 다 살아야 하고 둘 다 소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