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현금으로 급여를 받던 기억

lkjfdc 2021. 2. 10. 07:31
지금은 대부분 월급이 통장으로 입금되지만 25년전 직장에 몸을 담았을 땐 봉투에 현금을 담아 주곤 했다.

물론 통장으로 입금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학원의 경우 영세한 곳은 보통 들어온 날짜에 주는 경우가 많았고 규모가 있는 곳은 10일 정도에 줬는데 아마 카드사 결제와 수입의 지출을 정산하여 경리파트에서 명세서까지 만들어 일괄지급을 했던 것 같다.

보통 다른 직장과 달리 월급이 공개되지 않아 이를 둘러싼 오해와 억측 또는 반발로 월급을 받은 즉시 출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가끔은 갑자기 급여를 정산해준 뒤 퇴사를 시키는 살벌함도 있었다.

그나마 급여가 정산된 경우는 영영 이별이지만 약속한 급여도 해결이 안되는 경우는 운영자와 다툼이 있고 그 이별은 수월하지 않았다.

특히 IMF 시기 전 후에 이런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 당시 월급을 받으면 조목조목 설명을 해주고 강사들에게 요율을 적용하거나 기본급을 이야기 하면 설득력이 있었지만 누구는 인맥으로 와서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누구는 공채로 와서 적게 받고 일만 많이 한다는 박탈감에 서로 친하게 지낸다고 했던 사람끼리 갈라서는 경우도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명세서를 경리실에 다시 주고 손을 봐서 집에 가져다 줬는데 완전범죄? 는 있을 수 없었다.

이유는 정기적으로 명세서가 다시 만들어져 나오기에 집에서 알았고 결국 부부싸움이 나서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또 어떤 학원에 있을 땐 아기를 업고 남편 월급날 들려서 받아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집에 잘 가져다 줬다.

또 서울의 모학원에 갔을 때는 사업을 접고 학원가에 들어왔던 분이 있었는데 월급을 현금으로 받으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여 지역에 있는 가족들에게 약간의 고시원비만 주고 보냈고 그날 나는 집엘 못가고 학원근처 술집에서 한잔을 했었다.

처음엔 몇 번 만나지 않았는데 나도 그 분도 사는 곳이 먼편이고 그 다음날 아침에 나오려면 시간도 없어 한잔 마시고 여관을 가거나 새벽 목욕탕에서 쉬다가 출근을 했었다.

당시엔 내가 형편이 좀 좋아 한잔을 샀고 그러면 가끔 그 분이 샀다.

"이 선생! 내가 다다음 주 춘천가니까! 한번 오슈!"

" 왜 ? 그러시나요? 저 진짜 가는 수가 있습니다."

그는 한달에 한번 가족을 만나러 춘천을 갔고 그때가 11월 하순쯤이었던 것 같다.


진짜로 주소만 들고 간 나는 소양강 댐 근처의 식당에 초대되어 그 독한 ' 경월소주' 푸짐한 춘천닭갈비 그리고 막국수를 대접받고 그 다음날 집으로 오는데 춘천시내로 나오는 길 눈이 내리고 겨울이 먼저 온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월급을 받는게 아니라 주는 입장이 되고 수강료를 받는 날이 월급날 같지만 대부분의 돈은 내돈이 아니다 보니 통장만 잠깐 거쳐간다.


빳빳한 현금을 받아 학원근처 식당에서 한 잔 하던 기억들은 이제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