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에 대한 이야기

lkjfdc 2020. 12. 9. 11:12

밴드에서 어떤 분이 소 이야기를 하시고 내년이 소띠해다 보니 소이야기를 하겠다.


73년 용인에 처음 이사를 갔을 때 주인집은 소를 여러 마리 길렀다.

주인아저씨는 소 때문에 멀리 출타하는 일이 적었는데 어느날 여러 마리의 소를 세들어 살던 우리집에 부탁을 하고 이틀인가를 가셨다.

아버지는 때에 맞춰 여물도 주고 사료도 주었지만 밤에는 소들이 전혀 통제가 안되었다.

평상시 순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주인이 출타한 밤의 외양간은 공포스러웠다.

세월이 지나 고등학생일 때 시내인데도 작은 밭과 함께 공장터 그리고 이웃엔 소를 돌봐주고 생계를 유지하는 분이 계셨다.

아버지와 동년배셨는데 딱 봐도 젊은 시절 한가닥 하셨던 것 같고 말투 또한 쎈 분 이셨다.

직업군인에서 퇴역한 아버지 보다 더 군기가 들으셨고 40대 후반 50이 막 되기전... 일찍 결혼 하셔서 손자가 있었고 둘째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객지에서 교사를 하고 있었으며 큰 아들 내외 손자와 한집에 살았다.

간혹 그집 근처 밭에서 축구나 야구를 하고 있으면 '이 놈들 왜 남의 밭에서 뛰는겨? 이런거 하려면 연병장에 가서 해!'하셨지만 그 때 뿐 객지에서 친구가 없으셨던 아버지께 '이형! ' 하면서 간혹 막걸리를 드시던 사이였다.


달빛이 어둡던 어느날 그집에는 흉기를 든 젊은이가 찾아 왔다.

근처 개울가에 트럭을 대놓고 곤히 잠자는 분을 깨워 키우고 있던 소를 한마리 끌고 가게 한후 싣게 했다.

정신 없이 주무시던 이분은 시키는 대로 고분 고분 소를 이끌고 트럭 가까이 갔고 범죄는 끝날 것 같았다.


개울은 배수로 기능도 하고 제방도 있었는데 약 1m의 높이로 물이 흘렀고 자갈과 돌이 깔려 있었다.

소를 싣고 가버리면 막대한 피해와 함께 이분의 생계는 지장을 받을 수 있었고 더 문제는 그 젊은 강도가 그냥 간다는 보장도 없었다.

정신을 차린 이분은 개울을 등지고 있던 젊은 강도의 안면을 머리로 그대로 받아 버렸고 그 다음 상황은 안 봐도 알 것이다.

당시 놀라운 점은 소를 훔치러 온 사람이 아들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었고 이집의 상황을 잘 아는 자였다는 것이다.

과거에 소시장이 한창일 때 소의 거래는 아침 일찍부터 이뤄지고 일찍 파했었다.

큰 돈이 오고 가고 간혹 강도를 만나거나 소매치기를 당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뭔가 인상이 험하고 우락부락한 사람을 '소도둑 놈' 이라고 하는데 ...

글쎄다! 우리에게 많은 이익을 주는 소는 농가에서는 큰 존재였고 챙겨야 하는 존재였다.

솥이 세개 있으면 밥솥, 국솥, 쇠죽을 끓이는 솥이 농가에 있었다.

내년은 소의 해 좋은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