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년전에 연을 날리다.

lkjfdc 2019. 2. 20. 16:34

 

 

 

 

 

 

 

 

 

 

 

 

 

 

 

 

 

 

 

 

겨울가기 전에 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글은 5년전 이야기를 쓴 글입니다.

 

 

정확히 80년도인가 중학교 1학년 때 까지 겨울이면 방패연을 만들어 개울가에서 날렸습니다.

 

그러나 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연날리기는 중단되었고 연을 만들어 날리는 장면을 본적이 없습니다.

 

장식물로 전시된 것을 인사동에서 본일은 있지만 직접 제작하는 것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다 경주에서 중국산 가오리연을 아이들이 사서 날렸는데 둘째 녀석은 연을 날리다가 넘어져 얼굴에 상처가 났었고 연날리기는 거기까지 였습니다.

 

그러다 겨울이 되어 아이들 방학동안 뭔가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싶어 연을 만들고자 했으나 연살을 만들

대나무를 구한다는게 무척 어려웠습니다.

 

특히 방패연을 만들어 전후 좌우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고 특히 바람이 드센 지역이라 연날리기에 적격일 것 같았습니다.

 

시골길을 다녀봐도 볼 수가 없고 그렇다고 옛날처럼 일회용 우산을 사서 쓸 수도 없고 농업용 자재상에 있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누가 가꾸고 있는 대나무를 잘라 쓸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동네현수막을 철거한 자리에서 대나무 작대기를 세개 정도 구했고 떡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저번주에 자리를 깔고 대나무를 쪼개고 다듬어 연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화선지를 오려 가운데 구멍을 내고 그 종이에 콤파스를 대고 태극무늬를 그리고 어느 정도 준비를 하자 두개 정도의 방패연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동네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바람이 강하고 조금만 나가면 넓은 들판이 있습니다.

 

가오리연도 좋지만 연하면 아무래도 방패연이라 생각합니다.

 

이 방패연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전후좌우 기동이 가능한 연이라고 합니다.

 

댓살을 깍는 작업이 가장 까다로운데 머리살은 두꺼워야 하지만 엇갈리는 살의 두께는 위는 굵고 아래는 얇아야 하며 가로변의 크기는 40cm가 넘어야 하는데 문제는 구해온 대나무가락이 그러한 연을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이유는 플랭카드를 다느라 호치키스의 흔적과 갈라진 틈때문에 좋은 연살이 나올 수 없었습니다.

 

또하나 질긴 한지가 있어야 하는데 얼마전 봤던 필방이 이사를 가서 이런 한지를 구하지 못해 얇은 화선지를 써 보았습니다.

 

 

한나절 연살을 깍고 모양을 내고 둘째가 태극문양을 그릴 수 있게 한 후 순식간에 두개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자신의 것을 날리려고 했습니다.

 

작년 옥상에 보관해둔 얼레를 찾았으나 누군가 집어 갔는지 없어 그냥 무명실을 감아 마을 앞 논으로 갔습니다.

 

 

들고 나가자 마자 연을 재빨리 올라갔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거센 바람으로 인해 연의 얇은 종이가 찢어지고 결국은 추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연살을 수습하기 위해 논엘 들어가려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얼었으면 문제가 없고 물이라도 없으면 좋을 텐데 논엔 물이 차있고 진흙의 미끈한 느낌이 있었지만 주저없이 들어갔습니다.

 

마치 추락한 비행기는 포기하지만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나선 구조대 처럼 연의 잔해를 수습하여 문제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습한 연살을 점검하여 질긴 종이를 써서 다시 만들어 이번엔 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연을 날리기로 했습니다.

 

언제 부터인지 작은 문방구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종이 몇장을 사려면 등학교 시간에 가야 하고 막상 가봐도 과거에 비하여 일반 문구 보다는 주전부리나 자주 분실하는 실내화 값싼 악기나 동전 넣고 뽑는 장난감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질기진 않지만 한지를 사서 새로 연을 만들어 실도 묶어 아이들과 연을 들고 동네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습니다.

 

바람이 부는 걸 확인한 후 연을 날렸습니다.

 

빠르게 상승하여 20여 미터 정도 올라갔고 날라가는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오랬만에 보는 연의 비상이라 놀랐고 신기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거세지니 작은 연의 살이 휘어지고 뒤틀려 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크게 만들고 바람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댓살을 깍아 새롭게 만들어야 할 듯 했습니다.

 

우선 적당히 굵고 긴 대나무를 구해야 겠고 질긴 종이를 확보하여 다음번엔 거센 겨울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멋진 방패연을 날려야 겠습니다.

 

그 후 5년이 갔는데 실천을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연 한번 날려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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